[내손안의 법률 33] 블랙박스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오산시민신문 | 입력 : 2023/06/22 [00:08]
이혼 소송의 양당사자는 소송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려 노력합니다. 만약 배우자가 외도를 했다면 상간자에 대한 소송 역시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증거 수집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휴대 전화 메시지, 통화 내역, 블랙박스 파일 등이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고, 법에 의하지 않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사사건에서 차량의 블랙박스 기기에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증거능력이 없는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원고와 A는 1992년경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였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2021년경 배우자 A의 차량 블랙박스 파일을 통하여 A가 다른 이성 3명과 부정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였고, A와 상간자에게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과 청취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미 대화가 종료되어 저장매체(기기)에 파일의 형태로 보관 중인 녹음물(데이터)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키고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녹음이나 청취가 금지되는 대화는 의사소통행위의 현재성 및 현장성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에서 녹음파일이 저장된 블랙박스는 A가 자신의 차량에 설치한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A의 휴대폰 등에서 부정행위를 의심할만한 사정을 발견한 이후 딸과 함께 A의 차량 내 블랙박스를 사후에 확인하던 중 그 전에 이미 종료되어 파일 형태로 저장된 피고와 A의 대화 녹음물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녹음기능이 부가된 영상기록장치인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간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경우 그 녹음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간의 대화 청취’에 포섭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민사사건에 있어, 그 사건의 증거 수집을 위한 녹음이나 청취 목적과 무관하게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차량의 블랙박스 기기에 우연히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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